이 글은 넷플릭스 드라마를 자주 시청하는 개인의 기록이며, 특정 작품이나 플랫폼의 홍보 목적은 없습니다.

예전에는 드라마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여러 편을 이어서 보게 됐다. 한 편만 보려고 틀었다가, 어느새 새벽이 되는 날도 흔했다. 그런데 요즘은 같은 상황에서도 예전처럼 몰아보게 되지 않는다. 드라마가 재미없어서라기보다는, 보는 방식 자체가 조금 달라졌다는 느낌에 가깝다.
한 번에 많은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워졌다
몰아보기를 하다 보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감정과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예전에는 그게 오히려 재미로 느껴졌는데, 요즘은 조금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루를 마치고 드라마를 켜는 순간만큼은, 복잡한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두 편만 보고 멈추게 된다.
다음 화 버튼을 누르기 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다음 화 버튼을 누르는 게 당연했다. 지금은 그 잠깐의 시간에 다른 선택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냥 여기서 멈출지, 아니면 내일 다시 볼지 말이다. 이 작은 망설임이 쌓이면서 몰아보기보다는 나눠서 보게 되는 시청 습관이 생긴 것 같다.
드라마를 ‘시간 채우기’로 보지 않게 됐다
몰아보기를 자주 하던 시기에는, 드라마가 빈 시간을 채워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요즘은 드라마가 꼭 시간을 채워야 할 대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 편을 보고 나서 그 여운을 그대로 두고 싶을 때도 있고, 굳이 이어서 보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느낄 때도 많다. 드라마를 소비하는 속도가 느려진 대신, 한 편 한 편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 달라졌다.
몰아보지 않아도 충분히 남는 것들
흥미로운 건, 몰아보기를 하지 않아도 기억에 남는 드라마는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천천히 본 드라마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도 있다. 한 화를 보고 그 장면이나 대사를 곱씹는 시간이 생기면서, 드라마가 일상의 일부처럼 스며드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요즘 드라마를 몰아보지 않게 된 이유를 한 가지로 설명하긴 어렵다. 다만 확실한 건, 시청 방식이 예전보다 나에게 맞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끝까지 보지 않아도 괜찮고, 몰아보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드라마를 대하는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