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넷플릭스 콘텐츠를 자주 시청하는 개인의 기록이며, 특정 작품이나 플랫폼의 홍보 목적은 없습니다.

예전에는 넷플릭스를 켜는 순간부터 조금 설렜던 기억이 있다. 오늘은 뭘 볼지 고민하는 시간 자체가 재미였고, 썸네일을 넘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작품에 멈추게 됐다. 그런데 요즘은 이상하게도 앱을 켜 놓고도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냥 끄는 날이 많아졌다. 볼 게 없어서라기보다는, 고르는 과정이 예전만큼 즐겁지 않아서인 것 같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망설임도 늘었다
넷플릭스에 공개되는 콘텐츠 수는 분명 늘어났다. 신작 알림도 자주 뜨고, 추천 목록도 끊임없이 바뀐다. 하지만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결정은 더 어려워졌다. 한 작품을 시작하면 적어도 몇 시간은 그 이야기에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뜻 재생 버튼을 누르기보다, “나중에 봐야지”라는 생각만 쌓여간다.
기대치가 자연스럽게 높아진 탓도 있다
오랫동안 넷플릭스를 봐오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기준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초반 전개가 느리면 쉽게 손이 가지 않고, 설정이 익숙하면 새로움이 덜 느껴진다. 예전 같으면 충분히 재미있게 봤을 작품도, 지금은 비교 대상이 많아진 탓에 더 까다롭게 보게 된다. 설렘이 줄어든 이유가 콘텐츠의 문제가 아니라, 보는 사람 쪽의 변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끔은 예상 밖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실망만 하는 건 아니다. 큰 기대 없이 틀었다가 끝까지 보게 되는 드라마도 여전히 있다. 그런 작품들은 보통 화려한 설정보다는 분위기나 인물의 감정이 천천히 쌓이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고른 선택이 더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때도 있었다.
설렘이 사라진 게 아니라 방식이 달라졌을지도
요즘 넷플릭스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기보다는, 부담 없이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작품을 선호하게 됐다. 설렘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고, 다만 드라마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진 것에 가깝다. 예전처럼 모든 작품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우연히 맞는 작품을 기다리는 쪽에 가까워졌다.
요즘 넷플릭스를 켜도 예전만큼 설레지 않는 이유를 한 가지로 정리하긴 어렵다. 다만 분명한 건, 콘텐츠보다 나 자신의 변화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설렘을 찾기보다,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 한 편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