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찜해둔 드라마가 점점 늘어만 가는 이유

by phfam4 2026. 1. 12.

넷플릭스를 보다 보면 어느새 찜 목록이 길어져 있다. 당장 볼 생각은 없지만, 언젠가는 볼 것 같다는 이유로 하나둘 저장해 둔 결과였다. 문제는 그 목록이 줄어들 기미 없이 계속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 글은 찜해둔 드라마가 왜 줄지 않고 쌓이기만 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 뒤에 어떤 마음이 숨어 있었는지를 차분히 돌아보는 기록이다.

 

찜해둔 콘텐츠가 쌓여 있는 상태를 표현한 정적인 화면

보겠다는 약속만 남은 목록

찜 목록을 열어보면 제목만 봐도 기억이 흐릿한 드라마들이 보인다. 언제 왜 저장했는지 정확히 떠오르지 않는 작품도 많다. 분명 그 순간에는 흥미로워 보였고, 나중에 시간을 내서 봐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나중’은 쉽게 오지 않았다. 찜 목록은 선택의 결과라기보다는, 선택을 미룬 흔적처럼 느껴졌다.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 시작할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저장만 반복하고 있었던 셈이다.

 

보류된 선택이 주는 묘한 안정감

찜해둔 드라마가 늘어나는 과정에는 묘한 안정감이 있었다.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여유, 혹은 책임을 잠시 미뤄두는 느낌에 가까웠다. 저장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 드라마는 ‘언젠가 볼 것’이라는 안전한 위치로 이동한다. 당장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그래서 찜 목록은 줄어들기보다, 점점 더 채워졌다.

또한 찜 목록은 나의 취향이 바뀌어 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한때는 끌렸지만 지금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작품들, 혹은 지금의 나와는 결이 조금 다른 이야기들이 그 안에 남아 있었다. 찜 목록을 비우지 못하는 이유는, 그 취향의 흔적까지 함께 정리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록은 정리 대상이 아니라, 그대로 두는 기록처럼 유지되고 있었다.

 

쌓여 있는 목록이 말해주는 것

찜해둔 드라마가 점점 늘어만 가는 이유는 게으름이나 우유부단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지금의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는 과정에 가까웠다. 모든 선택을 즉시 실행할 필요는 없고, 모든 관심이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질 필요도 없다. 찜 목록은 그 여백을 허용하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이후로는 찜 목록이 늘어나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언젠가 볼 수도 있고, 끝내 보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목록이 나의 상태와 취향이 지나간 자리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찜해둔 드라마들은 그렇게, 선택되지 않은 이야기이자 나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